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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새로운 용어

<나한테는 새로운 용어> 캐즘 Chasm

기껏 프로그램 잘 만들어놓고도 우리 방송사에서는 반응이 그저 그랬는데, 꼭 한학기 뒤나 일년 뒤, 딴 방송사에서 고대로 카피해서 몇가지 데코레이션만 해놓으면 꼭 꽃을 피웠던, 엄청 황망하고 화나고 분하고 배아팠던 기억들이 있다.  <병원 24시>가 그랬고 <박재동> <강성범> <장윤정>도 그랬고 <게임방송>도 우리가 제일 처음 했고 그 수많았던 <6mm>프로그램들도 그랬고... 과거 우리 꼬라지를 돌임켜 볼 만한 이론.

캐즘 (Chasm)


벤쳐기업의 창사 1주년 행사는 보통 본사에서 조촐하게 열린다. 샴페인을 담은 컵도 종이컵이다. 하지만 창사 2주년 행사는 보통 호텔에서 열린다. 이번에는 멋있는 크리스탈 잔에 담긴 샴페인을 마시며, 세련된 인사들을 나눈다. 모두들 희망에 넘쳐있고 잘 될 것이라는 전망만이 우세하다. 그러나, 캐즘이론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이런 자리에 참석할 때의 느낌이 편하지는 않다. 이 회사가 곧이어 캐즘이라는 혹독한 시련기를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인 조프리 무어박사가 주창한 캐즘이론은 소비자 층을 크게 혁신자, 선각수용자, 전기다수, 후기다수, 지각수용자 등의 다섯가지로 나눈다. 각 소비자 층은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기자동차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전기자동차가 처음 출시될 때, 이를 바로 구매하는 계층은 혁신자 계층이다. 이 계층의 소비자는 기술 애호가로, 전기자동차라는 새로운 기술이 상품화되어 나온 것에 기쁨을 느끼고 이를 구매하거나 사용해보고자 하는 계층이다. 혁신자 계층은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한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며 사용 소감을 주변에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이러한 혁신자 계층에 영향을 받아서 신기술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계층이 선각수용자 계층이다. 선각수용자는 신기술이 가지는 잠재적이익과 응용성을 보고 신제품을 구입한다. 전기자동차가 실용성은 아직 없어도, 전기자동차가 앞으로 보편화되리라는 전망을 높이 사서 이를 구매하고, 사용해보는 계층인 것이다.


그 다음의 전기 다수 계층은 실용적인 구매 성향을 보이는 계층으로, 전기자동차의 경우 가솔린 주유소보다 전기 충전소가 더 많고, 가솔린 자동차 정비소보다 전기자동차 정비소가 더 많아지는 시점이 되어야 전기자동차를 구매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 계층이다.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는 전기다수는 자기 참조 성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즉, 전기다수는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때, 자기와 비슷한 실용주의자가 비슷한 상품을 구매하는지 보고, 이를 참조하여 구매한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전기다수의 소비자는 혁신자나 선각수용자들이 구매한다고 해서 어떤 상품을 따라 구매하는 성향을 보이지는 않는다. 전기다수는 전체 소비자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대규모의 계층으로, 이 계층이 구매하기 시작해야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전기자동차가 가솔린 자동차보다 월등히 많아지기 시작하여, 주유소도 별로 없고 해서, 가솔린 자동차를 타는 것이 너무 불편해질 때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계층이 있는데, 이 계층이 후기 다수에 해당되는 계층으로, 이 계층은 실용적이라기 보다는 보수적인 계층이라고 볼수 있으며, 표준으로 굳어진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표준 선호자라고 할 수 있다. 이 계층 역시 전체 소비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계층이다.


마지막으로는 지각수용자가 있는 데 마아케팅 관점에서는 구제불능 계층으로, 괜한 마아케팅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는 계층이다. 그러면, 캐즘이 이 소비자 계층 구분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캐즘이론이란 어떤 기업의 소비자 계층이 선각수용자에서 전기다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넘기 쉽지 않은 캐즘 즉 깊은 협곡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많은 벤쳐들이 혁신자와 선각수용자를 합한 6분의 1의 고객을 합친 상황에서 향후 실용적인 구매 계층인 전기 다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쓰러져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캐즘이론은 현재의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제의 참여자가 평균적인 선각수용자의 수준인지 전기다수의 수준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각 분야마다 다르다. 핸드폰과 온라인 주식거래는 후기 다수 시장까지 와 있다고 판단된다. E-mail 사용자는 전기 다수까지는 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은 선각수용자 또는 혁신자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각 분야에서 또는 각 기업이 캐즘이론에 근거하여 자신의 고객 계층이 어떤 상황에 와 있으며, 다음 계층을 자신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