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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기 연습

자경문/자기사명서

프랭클린 플래너를 3년 째 쓴다.
이 노트를 처음 쓸 때,  자기사명서를 손수 작성하라고 권한다.
3년 째 끼적거리다 채 다 적지 못하고 포기하곤 했다. 너무 잘 쓰려고 한 탓인지,  사명에 대해서 확신이 들지 않은 것인지 모른 채.

그러다 이 글을 발견했다. 율곡의 자경문 발췌본.
이이가 젊은 날 스스로를 경계하고 거경(居警)하기 위해 지었다는 글의 일부이다.

그러고보니 프랭클린 플래너의 자기사명서를 꼭 자기 스스로 지어야 한다는 지침은 없었던 것 같다.
누가 지은 글이냐 보다  그 글이 자기 몸과 마음을 움직일만한 것인가, 깊이 동의하여 기꺼이 따를만한 것인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한 두 단어만 나에게 맞는 것으로 고쳐 적었다)그런 점에서 이글은 내 플래너의 <자기사명서>의 빈 공간을 빼곡히 채울만하다. 플래너에 함부로 키보드질을 할 수 없어 손글자로 삐뚤빼뚤 소중하게 적어 넣었다.
 
하루에 한번씩 꺼내 읽고 마음에 새기리라.



● 뜻을 크게 갖고서 성인의 삶을 따른다.

●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말이 적으니, 말을 적게 한다.

● 마음이란 살아있는 것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정신을 한데 모으고 담담하게 그 어지러움을 살핀다. 그렇게 마음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하게 안정되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 홀로 있을 때 헛된 마음을 품지 않는다. 모든 악은 홀로 있을 때 삼가지 않음에서 비롯되니, 마음속에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 앉아서 글만 읽는 것은 쓸데없다. 독서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일이 없으면 그만이겠지만 일이 있을 땐 옳고 그름을 분간해서 합당하게 처리한 뒤 글을 읽는다.

●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는다. 일을 할 때 대충 편하게 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 해야 할 일은 모든 정성을 다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마음속에서부터 끊는다.

● 불의한 일을 단 한 번, 무고한 사람을 단 한 명 상하게 해서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 누가 나에게 악을 행하면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하고 돌아본 뒤 그를 감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 가족들이 착하고 아름답게 변화하지 않는 것은 내 성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나 자신을 돌아본다.

● 몸에 질병이 있거나 밤에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아니면 눕지 않는다. 비스듬히 기대지도 않는다.

● 공부는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