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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기 연습

[PD저널] 1인칭 다큐가 절실한 이유


[PD저널] 1인칭 다큐가 절실한 이유
2007-07-18 11:14:37

다큐를 만들 때, 마치 카메라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 것처럼 찍어보는 것이
필생의 목표라 여러 가지 ‘잡 기술’을 써보는데 요즘 쓰는 기술은 <나도 하나 까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방법은 간단하다. 촬영하는 나 자신이 이야기해서 별로
득 될 것 없는 부끄러움을 먼저 하나 까놓는 거다.  그렇게
하면 출연자가 경계를 누그러뜨리는데 이 때 타이밍을 잘
잡고 레코드 버튼을 누른 채, 핵심적인 질문을 쏘아붙인다.
당신의 쪽팔림은 뭔가? 하고. 그렇게 무장해제를 시킨 후
마치 카메라가 없는 상황인 것처럼 찍는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스럽더라도 마치 카메라가 없는 상황인
듯한, 진짜 객관은 찍을 수가 없었다. 그때 마이클무어가
나타나 내 인생에 한줄기 빛을 내어주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이론>에 따르면 일상적 세계와는 달리 양자세계에서는
물질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는데 그 이유가 관찰자 때문이라고 한다.
'보는 행위'자체가 대상의 존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객관과 주관의 구분은 없어
지고 상호작용만이 남는, 존재가 죽고 관계가 사는 세계.

‘찰턴 헤스턴’에게 총기소지에 관한 곤혹스러운 질문을 퍼부어대는 마이클무어는 상호
작용하는 미장센 그 자체이다. 객관을 빌어, 있는 카메라를 마치 없는 것처럼 꾸미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현장’이 되고 있다. 1인칭의 다큐가 요즘 절실한 이유다.
 
영화 ‘볼링 포 컬럼바인’은?
99년 12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컬럼바인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연간 총기 피살자수 1만1127명이라는 기적 같은 숫자를 낳고 있는
미국의 총기문화를 시작으로, 광기와 폭력의 역사로 얼룩진 미국을 샅샅이 해부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로서는 46년 만에 처음으로 2002년 칸느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했다. 당시 상영 후 13여 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는가 하면,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영화제 특별상인 55주년 기념상을 받았다.

 
강일석 OBS 정책기획실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