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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詩> 밥벌이의 지겹지 않음 신현수 선생님이 시를 보내오셨다. 감동이 일어 가늘게 떨렸다. ------------------------- 밥벌이의 지겹지 않음 신현수 예전엔 아이들과 씨름하고 종일 수업 하는 게 힘들어 딱 며칠만 쉬면 좋겠다고 생각한적 많았지만 나이 든 지금은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당장 내일부터 학교에 나올 수 없다면 그래서 밥벌이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자식들을 가르칠 수도 없고 먹고 살 수도 없고 후배들에게 술을 살 수도 없고 스리랑카의 따루시카디브안자리에게 안정된 급식과 학업에 필요한 학용품 일상생활에 필요한 옷을 사줄 수 없고 어려울 때 손잡아 주는 친구 상조회에 회비를 낼 수 없고 매일 아침 쿠퍼스를 날라다주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날 수 없고 내가 속한 여러 단체의 회비를 낼 수 없.. 더보기
바보 딸아이 소희가 쓴 시를 읽고 한 수 배웠습니다. 마음에 새겨야겠다고 마음 먹고 여기에 보관해둡니다. 더보기
[詩] 밥그릇 / 정호승 밥그릇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더보기
[詩] 종이학 / 정호승 종이학 종이학이 날아간다 지리산으로 날아간다 비가 오면 종이는 슬쩍 남겨두고 날아간다 봄비 그친 뒤 지리산으로 가보라 지리산 능선 위에 학이 앉아 웃고 있다 더보기
<느끼기 연습> 술값 술값 신현수 말 많이 하고 술값 낸 날은 잘난척한 날이고 말도 안하고 술값도 안낸 날은 비참한 날이고 말 많이 안하고 술값 낸 날은 그중 견딜만한 날이지만 오늘, 말을 많이 하고 술값안낸 날은 엘리베이터 거울을 그만 깨뜨려버리고 싶은 날이다. ( 2006년 여름호) http://cafe.naver.com/shinhyunshoo.cafe 더보기
<느끼기 연습> <시> 처음처럼 처음처럼 신현수 ' 처음으로 하늘에 안기는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어린 싹처럼' 나는 적어도 학교에서 쫓겨날 무렵부터는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내게 맡겨진 일에 대해 책임지려고 노력하였으며 그래서 잘못한 것이 없었지만 그러나 지금 학교에 있지 않았으므로 후배들이 학교 얘기를 할 때나 자기 학교 선생들끼리 어울릴 때 가르치는 일에 대하여 고민할 때 나는 할 말이 없었고 말할 수 없이 속이 상했다. 나에게로 열린 길은 막혀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쫓겨날 무렵 이번에도 또 피하거나 비켜 간다면 나의 글쓰기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학교에서 나온 후 나는 늘 글쓰기를 열망하였으나 학교에 있지 않았으므로 학교 생활을 쓸 수 없었으며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았으므로 아이들 얘기를 쓸 수.. 더보기
<느끼기 연습><시> 이 미 혜 (신현수 作) 이미혜 신 현 수 '통일을 여는 민주 노동자회' 이미혜 회장은 해직교사 시절에 만난 내 친구인데 그는 대학 다니다가 공장에 투신하느라 졸업도 못하였고 젊음을 바쳐서 다 함께 잘 사는 좋은 세상 만드느라 그 흔한 자격증 하나도 없다. 아버지는 사람 좋아 남 보증을 서 주었다가 그나마 있던 집 한 채도 날려버리고 그의 착한 후배들이 모아준 돈으로 작은 전세방에서 부모님 모시고 산다. 재작년 겨울에 입었던 낡은 까만 색 오바를 올 겨울에도 입는 이미혜는 내가 한 두 살 많으므로 내 후배인데 나는 아들이 벌써 국민학교 3학년 올라가고 그는 아직 시집도 안 갔다. 그의 그 동안의 눈물과 고통이 전두환과 노태우 등을 감옥가게 하였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이 사람들은 노태우 전두환 등을 개새끼, 죽일 새끼 욕하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