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썸네일형 리스트형 [詩] 밥그릇 / 정호승 밥그릇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더보기 [詩] 종이학 / 정호승 종이학 종이학이 날아간다 지리산으로 날아간다 비가 오면 종이는 슬쩍 남겨두고 날아간다 봄비 그친 뒤 지리산으로 가보라 지리산 능선 위에 학이 앉아 웃고 있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