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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공부

늙은 기타리스트

늙은 기타리스트 / LE VIEUX GUITARISTE- Pablo Pic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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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청색시대> 작품 중 하나인 <늙은 기타리스트>입니다.
대학시절 제 자취방에 걸려있던 그림으로, 저 그림을 화집에서 찢어내던 당시,
저의 상태도 저 그림과 비슷했지싶습니다.

저 치와 나는 간혹 술을 마시고 우울한 듀엣곡을 연주했는데
간혹 친한 선배가 놀러왔을 때는 포도주를 나눠 마시고
우울한 삼중주를 연주하곤 했지요.

그 방에서 훔쳐온 타자기로 가사를 쓰고,
반지성주의에 물들어 모았던 책들을 불태우러 가기도 했습니다.
 
연탄 아궁이가 뜨거웠던 조그만 자취방이었는데,
친구들은 그 집을 '광주 여인숙'이라 부르며
취한 몸을 이끌고 내 솜이불에 오바이트를 하기위해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 때, 혁명 앞에서 우리는 겁을 먹거나, 용기를 내거나 했습니다.

 그때는 분명, 저 기타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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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의 "늙은 기타리스트"(LE VIEUX GUITARISTE)

http://hokart.com.ne.kr/his-modern%20art.htm (이곳에 원문이 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일생을 통하여 수많은 변모를 거듭함으로써 비범한 예술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20세기를 풍미했던 천재이다. 그는 젊은 시절 절친한 친구인 카사게마스의 죽음 등 생의 어두운 면을 운명적으로 맞이하면서 몇 해 동안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절망한 여인, 버림받은 사람, 고독한 어머니, 가난한 일가, 눈 먼 사람 등을 통하여 사랑과 죽음, 모성애, 실명이라는 테마를 획득하게 되며 불루 색조로 이들의 슬픔과 아픔, 빈곤과 소외 등 인간의 고통을 묘사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시대를 피카소의 청색시대라고 한다.

 <삶>(1903), <비극>(1903), <포옹>(1903), <늙은 기타리스트>(1903) 등은 바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불루 계통의 작품을 통하여 가난과 고독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인간의 운명과 인간 존재의 복잡성에서 오는 무한한 슬픔을 사색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늙은 기타리스트>는 격열한 비애감으로 충만한, 앙상하고 뒤틀린 듯한 모습에서 음울하고 엄숙한 그의 고국 스페인의 전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기타의 선율은 내면적이며 고통을 감수하는 인간성에 해당된다. 그는 음악이 영혼을 달래 주고 정서를 순화시켜 주는 한 방편이라고 생각했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몸이지만 알 수 없는 어떤 긴장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고행으로 점철된 인생을 감수하는 영혼의 힘이다. 깊이 감은 눈에서는 무한한 슬픔과 비애를 말없이 표현하려 하고 있다. 여윈 얼굴, 가느다란 사지, 뼈만 앙상한 손가락 등은 당시 그가 심취했던 엘 그레코의 신비주의적 요소가 작품의 전반적 구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옷의 떨어진 부분을 통하여 살이 드러난 어깨는 심하게 구부러져 있어 더욱더 절망을 느끼게 한다. 왼쪽 어깨를 강조한 것은 비단 이 작품만이 아니라 <다림질하는 여인>(190? ) 등 피카소의 <청색 시대> 작품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것이다. 머리를 숙이고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는 이 기타 연주자는 권태로움으로 움츠러들어 있다. 이 뒤틀어진 자세 때문에 사람들은 그림의 오른쪽을 아래로 돌려놓으며 노인이 바닥에 기대고 있는 듯한 자세로 자칫 잘 못 감상하기까지 한다. 피카소는 이렇게 무기력하고 절망에 사로잡힌 인물들을 통하여 인생의 어두운 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을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mheim, 1904∼ ?)식의 시지각적 측면에서 분석해 보는 것은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주제의 특성을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모노크롬에 가까울 만큼 어두운 블루 계통의 동일 색상으로 그려진 이 그림에서 가장 강력한 역동적 중심은 역시 고뇌와 좌절로 점철된 머리 부분일 것이다. 상체와 거의 수직의 각을 형성하며 아래로 숙이고 있는 얼굴의 방향은 두 눈을 무겁게 감고 있지만 갈색의 바닥을 향하고 있음으로써 절망적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얼굴은 아래로 내려 쳐진 오른 팔의 상단 부분과 또 하나의 수직 각을 이루며 이것은 다시 팔꿈치에서 하나의 강한 절점을 형성하면서 또 하나의 시각적 중심을 이루고 있는 기타의 현을 팅구고 있는 오른 손으로 향하고 있다. 이 중심의 에너지는 기타의 현을 따라 다시 왼 손 쪽으로 비스듬히 분산되면서 화면 오른 쪽 짙은 배경으로 흡수된다. 또 하나 이 작품의 구도적 특성으로서 머리→왼발→오른발→왼팔로 이어지는 직사각형과, 다시 머리→중심의 오른손→오른발과 왼손→중심의 오른손→왼발로 이어지는 두 사선이 대각선을 형성하고 있어 엄격한 기하학적인 구도 체계를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대각선의 중심이자 또 하나의 역동적 중심인 현을 켜는 오른손은 중심의 에너지를 주변으로 방사하는 하나의 초점이 되고 있다. 반대로 이 에너지는 중심의 초점을 향해 강하게 끌어 당겨진다.
 이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늙은 키타리스트의 얼굴과 중앙의 손이 각각의 시각장을 형성하면서 연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오가게 된다.

 피카소의 이 시기가 그레코에 심취하던 때였다. 굶주리고 버림받은 사람에게는 성자의 그늘이 있다. 왼쪽 어깨를 강조한 것은 비단 이 작품만이 아니라, 피카소의 <청색 시대> 작품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것이다.
 인체는 메마를 대로 메마르고 손가락도 뼈만이 앙상하다. 이 손으로 기타를 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타는 노인의 신체의 일부처럼 달라붙어 있다. 노인은 장님이다. 그를 둘러싼 세계와는 이미 창문을 잃었다. 그러면서도 이 밀폐된 상태의 사나이의 조형이 무엇인가 우리들에게 말하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