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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련

'르포 시대공감'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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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싸이에 갔다가 르포 시대공감을 만들던 때, 함께 이 프로그램을 만들던 사람들과 함께 엠티가서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여기 퍼왔다.

거칠고, 편파적이었으며, 만들기도 너무 힘들었던 프로그램.
언론의 책임을 생각하면 조금은 무책임한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문제 제기와 도발만 있고 대안 제시와 책임있는 추적은 늘 부족했던...

하지만, 어찌 보면 나를 낳은 10중 8할은 이 프로그램인 것 같다.

지금 나는, 그 때를 추억하거나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라 <르포 시대공감>이라는 제목을 떠올리던 순간, 바로 그 처음처럼 의지를 다지고자 여기 기록을 남긴다.



다시 "르포 시대공감: 대우차노조..."  

전영우(인천대 신방과 교수)

이 프로그램을 보고,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분석적으로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그만큼 메시지가 강렬했다. 차별화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차별화되기 위한 차별화가 아니라, 프로그램 타이틀처럼 "시대를 공감"하는 마음으로 제작할때, 참을수 없이 가볍기만 한 다른 프로그램들과 진정하게 차별화 된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주장일런지 몰라도, 나는 방송의 카메라가 반드시 차갑게 냉정과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경우에건 언론의 정도이고 언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록 주관적이고 편파적일지 몰라도 "시대를 공감"하는 애정어린 따스한 시선이 느껴질때, 더욱 더 언론의 본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방송이 오로지 경찰의 폭력진압이 있고 나서야 "폭력" 그 자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것과는 확연히 차별화 된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대우차 해고 노조원들의 시각을 카메라는 따라다녔다. 그러다 보니, 다른 방송에서는 볼래야 볼 수 없는 장면들과 시각이 잡힌다.

삭발을 하면서 뺨위로 주루륵 흘러내리는 대우차 해고 노조원의 눈믈은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도대체 왜 그들이 삭발을 하며, 삭발하는 그들의 심정이 어떠한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카메라의 시선에 인간의 체취가 느껴진다.

경찰의 폭력진압이라는 자극적인 주제가 아니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으며, 그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본질속에서 피해자는 누구이며, 그들은 어떻게 고통당하고 있는지가 잘 전달되었다. 자극적인 르포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

시위현장에서 취재하는 카메라를 향해 "찍기만 하면 뭐해?"라고 외치는 노조원부인의 절규는 이땅의 방송이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에 대한 분노이다. 자식이 구속당한 할머니가 시위현장 쫓아다녀야 하는 현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인데..."라며 울먹이는 장면, 곳곳에 이런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도대체 언론에서는 찾아볼래야 찾아보기 어려운 대우차 노조측의 회생방안에 대한 내용, 아울러 경찰의 폭력진압이 벌어지기 전부터 차분하게 취재하여, 결국 이 사태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짚어내는 것, 이 프로그램 전반의 모든 내용이 "시대를 공감"하게 한다.

아쉬운점은, 대우차 노조측의 "대우차 회생방안"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다. 그들의 방안이 얼마나 설득력있는 방안인지, 설득력 있는 방안이라면 도대체 왜 회사측에서는 그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해고를 강행한 것인지, 자세한 분석이 아쉽다. 어차피 편을 들어줄 작정이면 좀 더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노조측에서 내놓은 4개월의 무급휴가, 퇴직금 출자전환등으로 확보되는 자금으로 대우차가 회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조금 더 자세하게 취재해서 강조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 처럼, 지속적으로 "시대를 공감"하는 시선을 견지하기 바란다. 다른 방송과 정말 남다른 시선을 계속 보고 싶다....


TV안 TV밖 ]사회약자 조명 공감얻은 iTV '시대공감'
  

[한겨레]2001-12-21 01 판 26 면 1233 자
연말이 되면 방송상을 주는 곳이 많다. 남녀평등상, 프로그램 21상, 민주언론상, 무슨 대상, 미디어상 등 이름도 다양하다. 상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여의도 패권주의'가 관철된다. 가뜩이나 추운 데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지역방송사나 독립제작자는 시상식에서도 '찬밥' 신세다. 올해에는 다행히도 약간의 '이변'이 있었다. 경인방송의 르포 (시대공감)이 언론노조에서 주는 민주언론상 특별상을 받은 데 이어 앰네스티언론상의 영예도 차지한 것이다.(시대공감)(연출 강일석 외)은 지난 4월 방송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38회 방송을 내보낸, 6mm를 이용한 현장밀착취재 프로그램이다. 일상적 삶의 현장에서 나오는 열기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고 변화의 진원지에서 부는 바람을 적당히 '반죽'만 한 채 내보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미덕이다. (시대공감)이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주류 미디어에서 무시하고 있는 현장이다. 들려주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노동자, 외국인, 장애인, 여성, 시민 등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이다.

한통계약직노조,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레미콘 노동자, 전교조 교사들 등과 같은 생존권 투쟁의 현장에 대한 보고나 미얀마 노동자들, 추방당하는 조선족, 필리핀 이주노동자 등의 이야기도 내보냈다. 동업자 문제나 시민언론운동의 현장에도 거리낌없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첫회에 편성된 것이 퍼블릭 액세스 문제였고 이어 '옥천의 안티조선 독립군' 이야기나 'CBS 파업 224일'은 반향을 일으켰다. 때로는 재소자, 지체장애인, 땅꾼, 서울역 부랑아, 택시기사, 여성가장, 꽃제비, 노점상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경인방송이 (리얼TV) 등을 통해 쌓아온 6mm 노하우가 (시대공감)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만 있고 이슈가 없거나 '비디오'는 있으나 '저널리스트'가 없는 지상파3사의 브이제이 참여 휴먼다큐물들과는 '족보'가 다르다. 성역 없이 모든 현장에 접근한다는 점과 6mm로 무장한 제작진이 노조영상패 등과 공동제작과 같은 '열린 방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시대공감)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인다. 프로그램이 인구에 회자되고 힘을 얻기 시작하면 이를 견제하려는 힘도 강해진다. 가을 개편 때 방송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든 것은 그 '전주곡'일 수 있다. 하지만 (시대공감)의 열린 마음과 가난한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지켜진다면 '외압'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최영묵/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