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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기 연습

<詩> 객관적인 아침 / 이장욱

객관적인 아침 / 이장욱


객관적인 아침

나와 무관하게 당신이 깨어나고

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

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

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

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

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

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

구름을 통과하는 종이 비행기와

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

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

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

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

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

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

희미한 풍경 같아서.


이장욱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 노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현대문학」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되었고, 2002년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을 발표했다. 2005년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로 제3회 문학수첩작가상을 수상했다. 평론집으로 <혁명과 모더니즘>, <나의 우울한 모던 보이 - 이장욱의 현대시 읽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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