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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기 연습

보르헤스의 삼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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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가 한 때 불교에 심취했다는데, 그것이 심히 흥미롭다.
dharma mudra, <三法印>을 그도 보았을 것이다.

내가 처음 삼법인을 만난 것은 고등학교 때인데, 마치 세상의 틈새로 비밀을 훔쳐본듯이 충격이었고, 망설이지 않고 나만의 평생의 비밀무기로 삼았다.

그 비법을 보르헤스도 보았을 거라는 거다. 그 사실은 마치 세상의 비밀을 몰래 훔쳐본 자들이 나누는 은밀한 눈짓처럼 그와 나를 친밀하게 묶어준다.

이 비법은 아주 치명적인 파워를 갖고 있으면서도, 평범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눈여겨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아무것도 아닐 수 도 있다. 그래서 공개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점이 특이한 매카닉이다.

이 비법은 세개의 주문으로 이루어져있는데,

常 제행무상

我 제법무아

靜 열반적정

이렇게 읽는거다. 뜻은 <모든 것은 변하고 움직인다>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있다>
<깨달음으로 쓸쓸하고 고요해진다> 이다. 써놓고나니 더 별것도 아닌 것 같다.

대학시절에 데모하러 다니면서 알게된 헤겔을 통해서 이 비법을 크로스체킹했었는데, 역시 무서운 무기라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앞의 두개의 주문은 나름대로 잘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세번째 주문은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대충 타협하며, 변증법의<정>, <반>, <합>의 <합>에 해당되는 부분이려니...하고 넘어갔었다.

최근에 세번째 주문에 대한 단서를 얻게되었다. <트랜스 휴먼>의 개념인데, 인간은 앞으로 네가지의 종족으로 진화할 것이며, 휴미즈계열의 휴먼카인드, 사이보그카인드, 그리고 하이테키 계열로 시로그카인드, 심보그르카인드로 나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인종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즉 그랜파와 그랜마인 인터넷 공간에서 사는데,
그 중 어떤 종족들은  <망자체>가 되기위해 몸을 버린다는 것이다. 망 속에서, 세상의 불합리, 버그, 고통 등을 고치며 세상이 조금 더 살기좋도록 기능하는 불멸의 존재가 된다고 한다.

이거야 말로 열반 아닌가?  깨달아서 쓸쓸하고 고요한 상태에 들며,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것, 전체와 합일하는 경지...

보르헤스 이 양반, 그걸 알고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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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심오하고도, 깊은 주문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