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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기 연습2006.12.24 09:47
이미혜

                                      신 현 수


'통일을 여는 민주 노동자회'
이미혜 회장은 해직교사 시절에 만난
내 친구인데
그는 대학 다니다가
공장에 투신하느라
졸업도 못하였고
젊음을 바쳐서
다 함께 잘 사는
좋은 세상 만드느라
그 흔한 자격증 하나도 없다.
아버지는 사람 좋아 남 보증을 서 주었다가
그나마 있던 집 한 채도 날려버리고
그의 착한 후배들이 모아준 돈으로 작은 전세방에서
부모님 모시고 산다.

재작년 겨울에 입었던 낡은 까만 색 오바를
올 겨울에도 입는 이미혜는
내가 한 두 살 많으므로
내 후배인데
나는 아들이 벌써 국민학교 3학년 올라가고
그는 아직 시집도 안 갔다.
그의 그 동안의 눈물과 고통이
전두환과 노태우 등을 감옥가게 하였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이
사람들은 노태우 전두환 등을
개새끼, 죽일 새끼 욕하면서
그들을 감옥가게 한 미혜는 칭찬하지 않는다.
지금껏 문자그대로 청춘을 바쳐
더불어 사는 세상 참 세상 만드느라
세속적인 그 어느 것도 이루어 놓은 것 없는 그에게
이제 먹고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만 한다.
그가 허구한 날 감시와 미행에 시달릴 때에
골방에서 영어 테이프나 듣고 앉아 있었으면서
외국어 하나쯤은 능숙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자랑한다.
그가 공장에서 실을 뽑을 때
자기 혼자 무슨 고시, 무슨 자격증 시험준비 했으면서
요즘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전문성이라고 말한다.
그가 거듭되는 집회와 시위, 회의와 모임에 참가할 때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 게임이나 두드렸으면서
요즘 세상에 아직 컴퓨터도 모르느냐고 비난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침이 그치지 않는
미혜는 내 동생인데
대학도 졸업하고 운전면허증에 선생 자격증도 있는 나는
테트리스도 아주 잘 할 줄 아는 나는
그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다.
복직하고 나서 딱 한 번 5만원인가 미혜 통장에 넣어준 적이 있는데
겨우 돈 5만원 넣어 주면서
그가 조직사건에라도 엮여 감옥에 가게 되면
통장에 돈 넣어준 나도 끌려가게 되는 것을 아닐까하는
한심한 생각을 했고,
그리고 술 두어 번 사주었다.
아, 그리고 전철 승차권 만원 짜리 한 번 사줬다.

나를 비롯한
그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것 없는 자들이여
한번이라도 역사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그의 피와 땀을 기억해야 한다.
그의 눈물과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일 더 이상 운동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면
그를 제일 좋은 집에서 살게 해야 하고
가장 좋은 차를 태워야 한다.
철마다 옷도 한 벌씩 사줘야 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침이 그치지 않는
그의 천식을 반드시 고쳐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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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