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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기 연습

<내 마음 속의 단어집>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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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잘 하는 PD들을 보면, 특히나 휴먼다큐나 현장 다큐 등의 리얼리티를 잘 살리고 현장을 잘 살려내는 솜씨있는 PD들을 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눈치>가 빠르다는 것이다.

드라마 등 미리 짜여진 대본에 의해 차곡 차곡 이미지를 쌓아가는 장르야, 섬세한 감각에다 노가다 십장다운 배포, 스텝들과의 의기투합, 구라 등이 농업적 근면성을 바탕으로 켭켭히 쌓이면서 생산성을 발휘하는 것일테지만, (하긴 이 과정에도 눈치가 필요하긴 하다)

대본도 없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영상 문법에 맞는 앵글과 사이즈로 시시각각 담아내야하는 현장 중심 다큐멘터리 장르에서는 <시간>과 <공간>과 <주인공>을 매개 변수로 놓고 각각 매개 변수의 약진, 돌발, 관계맺음을 한번에 파악하며 스토리라인을 구축해나가는 총괄적인 능력, 이전까지의 머리 속 구성을 즉각적으로 바꿔버리는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 즉 모든 변수를 한꺼번에 파악하는<눈치빠름>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솜씨의 중요한 면인 듯싶다.

이렇게 '변수들을 병렬처리하고 관계하여'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은 <문제의 본질>을 직관(perception) 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맞출 확률이 높은 육감적인 추론의 방법으로, 여자들이 바람피운 남편의 휴대폰에서 낮선 여자의 통화기록을 찾아낼 때나 다큐 현장에서 누구를 따라가야 스토리가 뽑힐까를 본능적으로 결정해야 할 때 이 능력이 쓰인다.

요즘 토플러 등에 의해서 강조되는 역량, <유추의 힘>도 이 눈치와 관련이 있다. 네이버 국어 사전에 의하면 '눈치'란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을 미루어 알아내는 것> 인데, 굳이 말로 듣지 않고도 상황과 과정과 움직임의 캔버스 위에 적나라한 실체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어떤 방법 보다도 훨씬 본질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눈치'는 좌뇌와 우뇌 사이를 연결한는 교차연결섬유 중 <뇌량>(corpus callosum) 에서 담당한다고 종종 주장되는데(여성이 남성보다 30% 두껍다. 그런데 왜 여성이 만든 다큐가 모두 더 뛰어나지는 않을까? / 주장하는 사람, 나) 뇌가 환경에 의해 변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현장 다큐를 오래 제작한 PD에게서  후천적으로 발달한 흔적을 볼 수 있는 부위가 바로 이 뇌량이다.

다만 남성 다큐멘터리스트에게서 이 현상이 일어날 때, 여성성인 감성적 언어능력이 남성성의 냉철한 분석력과 결합하는 비율과 씽크로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치명적 수다쟁이'가 되기 쉬운 부작용이 있다.

간혹 '눈치'가 '본질'을 잡아내지 못하고, 억지스러운 수다나 주장을 펴는 근거가 되어 주변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욕망>이 끼어들어 변수들의 관계를 순수하게 관조하여 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를두고 "그 사람 참 눈치 없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때는 다시 다른 이들의 표정을 잘 살피며 '눈치'를 잘 보면 문제가 해결된다.



교차연결섬유 (Commissural Fibers)

양쪽 대뇌반구의 동일 부분 사이를 연결하는 교차연결섬유를 가리킨다. 뇌량(corpus callosum), 전교련(anterior commissure) 그리고 뇌궁교련 (commissure of fornix)이 여기에 속한다. 뇌량(corpus callosum)은 대뇌의 각 대뇌엽에서 시작되어 반대편의 같은 부위로 이어지는 유수신경다발 (myelinated fiber bundle)로 대뇌피질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반대편의 같은 부위로 서로를 연결시키는 기능을 한다. 다음 사진은 뇌량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