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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공부

블레이드 러너가 뇌속으로 다운로드되었습니다.

 

미술적 충격으로 처음 만난 <블레이드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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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공부를 해보기로 작심하고, 오랜 숙성 기간을 들여서 드디어 결심했다.

온라인 선생도 구했고, 두꺼운 책도 사다놓고...


그 긴 공부의 첫발은, 내 안에 들어와 오래 살며 잊어버릴만 하면 한번씩 나타나서는

뇌속을 해집고 돌아다니는 몇 커트의 이미지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으로부터  내딛기로

한다.


그 중 몇개의 이미지들은 내가 본것이라기 보다는 어느 순간 나에게 다운로드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바이러스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증식하기도 하고 조금씩 모양을 바꾸기도 한다. 믿기 힘들지만 어떤 놈들은 냄새도 난다. 뇌 속에서 냄새가 나다니...


그 중 가장 질긴 놈이 <블레이드 러너>의 이미지이다.


축축한 화면에  일본풍의 전광판, 묘한 저음의 노랫소리, 코카콜라 광고, 그 앞을 지나가는 비행선. 그리고 비릿내.


실제 영화에서 그랬는지 안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놈들은 스스로 머리속에서 증식하고 변용하니까.


중학교인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간 어린 학교를 다닐 때, 우연히 테레비를 보다가 이것이 내 속으로 들어와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저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그 때는 그렇게  강력한 이미지로 받아들여놓고도 영화 제목이 뭔지도 몰랐다. 당연히 감독이나 배우도 몰랐다. 대학교에 와서야 이 영화가 리들리스콧이라는 감독이 지은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였음을 알았다.

그리고 곁에 두고 오래 사랑하였다.


이 이미지가 내속에서 오래 살아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몸속의 환경이 이 이미지의 생존에 어울리나?


아마 '정말 그럴 것 같은 풍경' 때문인 듯하다.


다른 미래영화에서 보아온  타이즈같은 미래의 옷들은 부자연스럽다. 미래에는 옷을 패션의 관점에서 입는 자들 만을 골라 도태시키는다는 설정이기라도 하듯이. 가구는 죄다 광택이 나고 반듯하다. 앤틱 취향의 고객들은  멸종되었다. 상상으로도 동의하기 힘든 외계인 분장들, 메카닉들. 그런 것들이 어린 눈에도 뭔가 비어 보였나보다.


하지만 블레이드러너에서의 미래 풍경은  정말 그럴듯했다.

지금의 것이 미래의 것과 교묘하게 어울려 섞여있는 풍경들. 때에도 그럴 것 같은 모습으로 살아남은 일본사람이 여전히 젓가락 꽂힌 우동을 팔고, 클럽에서 나체로 뱀쑈를 하는 여자 댄서는 "그 뱀 진짜요?"하고 묻는 형사에게 "진짜면 내가 이 짓 하고 먹고살겠어?" 라고 대답한다. 그 뱀은 이른바 사이보그 뱀인데 이미 인위의 것이 자연의 것들을 대체해버린 그곳에서 자연의 것은 귀하디 귀하고 비싸디 비싼 존재다. 뱀이나 나무 따위 것들이.
(이것을 보면 <미장센>이라고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들여야 제대로 뽑히기 보다는 생각을 잘해야 잘 뽑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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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는 또 <인간이 과연 무엇이냐>고 정말 그럴듯하게 묻는다.

레프리칸트를 디자인한 기술자는 마치 하느님이시며

잘 디자인 된 <분노>와 <사랑>, 한층 업그레이드 된 <두려움>과, 버그를 수정한 <추억>과, 옵션으로 끼워 팔<친절함>을 생산하였다. <희망>마저 공산품이다.  고장난 <기억>은 반품처리도 된다. 이쯤 되면 내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 재미있네, 없네 하는 이 감정은 혹시 얼마짜리 일까하고.





종합해보면 내가 이 영화의 이미지의 오랜 숙주가 된 까닭은,

<솔직한 것이 진보적인 것이다>라는 명제를 좋아하게 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리얼리스트이고자 하는것, 리얼리티 다큐멘터리만 십년을 넘게 한 사실,  이 블로그의 주소도 리얼티브이라고 쓴 사실을 볼 때 그러하다.


솔직한 것은 자연스러움이 근본이며, 그것은 <리얼리티>다.

먹고 사느라고 일하다 보니 이 쟝르의 다큐만 오래 하게 된 이유가 있긴 하지만 분명 취향의 문제이다.

나는 솔직함이 좋다. 처음에는 나에게 솔직함이 너무 없어서 동경했고. 나중에는 닮고

싶어서 좋아했다.


다큐멘터리 만들 때, 리얼리티라는 장치를 통해서야 그나마 찾고자 하는 진실의 언저리에 닿았던 경험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아마 이 리얼한 영화<블레이드 러너>의 이미지가 오래 오래 머무르나보다.


아! 그리고 반젤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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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SF는 <블레이드 러너>


영국 일간지 <가디언> 과학자 대상 조사…‘과학적’인 이유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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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SF영화는 어떤 작품들일까.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자국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SF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사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 뒤를 이어 2위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3위는 조지 루카스가 제작한 <스타워즈>(1977)와 <제국의 역습>(1980)이 공동으로 선정되었고,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1979)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가 각각 4위와 5위 자리를 차지했다. 결과만으로는 보통의 SF 영화 팬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리스트와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각각의 영화들을 선정한 데에는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런던대학에서 신경과학 분야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 크리스 프리스가 <블레이드 러너>를 선택한 이유는, 이 영화가 ‘과학’을 그저 근사한 배경이 아니라 내러티브상의 필수요소로 사용하기 때문. 특히 그는, 영화 속에서 경찰이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Voight-Kampff Empathy Test’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홍채를 관찰하며 음성으로부터 인간의 감정을 테스트하는 것은, 나같은 신경과학자가 지금 현재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그리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감탄을 표했다.


2위를 차지한 스탠리 큐브릭의 역시 치밀하고 정교한 과학적 재현와 인류학적 비전 때문에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은 케이스. 에든버러대학의 자연사(自然史) 명예교수인 오브리 메닝은

“이 영화는 지금의 컴퓨터그래픽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탁월한 시뮬레이션을 보여준다.

특히 브라질 ‘맥’을 ‘선사시대 동물’로 영화 속에서 활용한 것도 절묘했다(‘맥’은 동남아와 남미에 서식하는 동물. 수백만년 전으로부터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편집자)”며 큐브릭의 작품을 선정한 ‘자연사적’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씨네 21, 김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