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아버지에게 얻어온 그림.
무슨 생각에서 그랬는지 아버지를 찾아뵈었다가 불쑥
"아버지 저 그림 저 주세요" 했다.
3, 4초 간 작은 침묵이 흐르다가
"그래라" 하시며 떼어 주셨다. 아프시기 전이다.
수소문하였으나 누가 그렸는지 어떤 이야기가 있는 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 적부터 우리집 안방에 늘 걸려있어서 속속들이 친숙한 그림.
어쩌면 저렇게 절도가 있는지 아랫부분 덩굴이 각진 모양이 제일 마음에 든다.
새 커플의 강단있는 눈매도 좋았다.
아마 어렸을 적부터 이런 식으로 이 그림을 좋아했을 것이다.
이제 이 그림을 내 집으로 가져다 복도 한켠에 걸고
할로겐 조명이 닿게 자리를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뭐라 말할 수 없이 오지고 아름다운데
한켠에서 묘한 슬픔이 올라온다.
마치 아버지의 어떤 부분을 뜯어온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