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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공부

Rene Magri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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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마그리트전이 열리고 있었네요. 왜 여태 몰랐을까요?
2007년 4월 1일까지 한다니 이번엔 운이 좋으면 어쩌면 가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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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80년대 후반기, 고3 때 숨막히는 교실 책상 모퉁이에서  한 줄기 선선한 바람을 일으켜 나의 유배 기간을 지탱했던  마그리트의 '기억'입니다. (1948)

시내 서점에서 문고판으로 된 마그리트 화집을 사고, 곧바로 조악한 인쇄상태의 이 그림을 찢어내어 책상 귀퉁이에 밥풀로 붙여놓았었죠.  머리속에 방정식이나 객관식을 막 집어넣다가도 한번씩 쳐다보면 쌩하고 차고 힘좋은 바람이 불어왔었습니다. 살 것 같았습니다.

얼굴 옆의 저 구형이 뭔지 몰라, 빨간 지우개를 쪼개서 동르랗게 뭉쳐 올려놓고 가슴 모양으로 만들었다가 눈알 모양으로 만들었다가 하면서 수수께끼를 풀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안 것인데, 저것은 말 머리에 달았던 방울이라죠? 딸랑 딸랑하는 소리가 마그리트의 기억과 어떤 연관이 있나봅니다. 저 방울은 다른 그림에도 자주 나오더군요. 하여간 이 그림과 저는 학력고사를 앞둔 몇 달 간 틈틈히 즐거운 수수께끼 놀이를 했습니다.

그렇게 수험을 견뎌내며 간혹 시원한 바람에 뇌세포를 세척하곤 하던 어떤 날, 엄격함과 절도있는 통제를 교육의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어떤 선생님께서 자율학습 시간에 보시곤, 대학가는 것과 상관 없는 것 같으니, 떼어내라고 강권하시어 수수께끼를 채 다 풀기도 전에 제 책상을 떠나버린 안타까운 그림이기도 합니다. (그 후, 얼마 뒤에 '눈에 힘주기 프로젝트'를 실험하면서 책상에 작은 거울을 또 붙였었는데, 엄격함과 절도있는 통제를 교육의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그 선생님께서 그 거울도 깨뜨렸답니다)

마그리트가 온 모양입니다. 어렵게라도 일정을 내어 가보고싶군요. 그 <기억>도 온 모양이네요.  저희가 수수께끼 놀이를 아직 끝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누군가 안 것일까요?

  http://event.naver.com/2006/12/rene/gallery.sw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