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끼기 연습

광주에 갔다가 광주에 갔다가 오랜 친구와 들어간 선술집 벽면 한 커트. 막걸리 한 주전자 시켜서 두어 순배 돌아가니 시간이 확 20년 전쯤으로 달아나버렸다. 술레잡기하듯이 얼른 쫒아가면서 하나둘 그림도 맞추어보고 시간도 재보고 얼굴에 생긴 흔적들도 살피니 허허 이놈 영낙없이 그 때 그 놈, 내 친구 이장욱 맞더라. 마침 선술집 벽도 마침맞게 old해서 딱 들어맞았다. 아이 대신에 시나 소설, 심지어 희곡 따위를 잉태하고 인맥을 늘리는 대신에 말 수를 줄이려고 50CC 스쿠터를 모는 친구. 새로운 사실, 놈이 노문과 교수가 아니라 문창과 교수였다. 더보기
가을 교감, 한바퀴 OBS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 하나는 이렇게 넓은 들판이 근처에 있다는 것입니다. 도심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는 것은 근처에 김포공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려면 이렇게 넓은 공활지가 필요하다네요. 덕분에 저는 아주 훌륭한 산책길을 갖게 된 것이지요. 삼년 째 이길을 걷습니다. 배불리 먹고 난 오후,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이 코스를 걸으면서 새 프로그램도 짜고, 제목도 짓고, 음악도 선곡하고, 새로 뽑은 AD녀석들 갈굴것도 생각합니다. 라고 이름 짓고 프랭클린플래너에 가장 중요한 일정인 B1에 매일 써넣습니다. 봄이 되면 , 겨울이 되면 이런 식이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아버지에게 얻어온 그림 작년에 아버지에게 얻어온 그림. 무슨 생각에서 그랬는지 아버지를 찾아뵈었다가 불쑥 "아버지 저 그림 저 주세요" 했다. 3, 4초 간 작은 침묵이 흐르다가 "그래라" 하시며 떼어 주셨다. 아프시기 전이다. 수소문하였으나 누가 그렸는지 어떤 이야기가 있는 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 적부터 우리집 안방에 늘 걸려있어서 속속들이 친숙한 그림. 어쩌면 저렇게 절도가 있는지 아랫부분 덩굴이 각진 모양이 제일 마음에 든다. 새 커플의 강단있는 눈매도 좋았다. 아마 어렸을 적부터 이런 식으로 이 그림을 좋아했을 것이다. 이제 이 그림을 내 집으로 가져다 복도 한켠에 걸고 할로겐 조명이 닿게 자리를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뭐라 말할 수 없이 오지고 아름다운데 한켠에서 묘한 슬픔이 올라온다. 마치 아버지의 .. 더보기
거북이가 겨울잠을 안자려나? 작년에는 두점이, 세점이(우리집 거북이들 이름, 한놈은 배에 두개의 점이 있고 또 한놈은 점이 세개 있어서 소희가 지어준 이름)가 10월이 되자마자 화단 귀퉁이에 땅을 파고 들어가서 잠을 잤는데 올해는 잠잘 생각을 안하네요. 먹을 것만 계속 달랍니다. 손톱만하던 녀석들이 이젠 제 손바닥보다 더 커져서 아내가 무서워합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가다 일요일에 담요랑 털옷 준비해서 아이들과 자라섬에 갔습니다. 오! 마이 타니아 마리아! 홀딱 넋이 나갈만큼 다채로운 스켓은 마치 악기같아서 피아노 소리와 거의 구분이 안될 정도였습니다. 저런분이 짓고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니, 굉장한 날입니다. 능현이 소희도 엄마 아빠와 함께 리듬을 타고 춤추며 밤늦게 놀았습니다. 능현이는 재즈가 이렇게 신나는 것이냐고 놀라워했습니다. 타니아 마리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아이폰으로 블로깅 2 - 따님 강소희 아이폰으로 찍기 - More LOMO 어플로 리터칭 - 아이폰으로 올리기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아이폰으로 블로깅 아이폰으로 바로 블로깅해본다. 사진찍고 바로 올리기. 아내를 흘려 찍어보았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널푼수였다면 만약 "네 마음대로 골라봐라." 하면서 누군가가 내 품성을 고를 수 있게 한다면 단연 '푼수떼기'다. 푼수떼기 중에서도 널푼수, 그걸 고르겠다. 쉽게 흐트러지고 까르르 웃으며 자의식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사람. 건망증이 깊어 뭐든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 혼자 있을 때조차 사물들을 향해 수다를 떠는 못 말리는 수다쟁이. 적어도 깊이와 무게를 혼동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 널푼수였다면! 이런 구절 --- '사물들을 실제로 재미있는 것보다 더 재미있게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물들을 실제로 심각한 것 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아침놀 5부 567장, 니체 더보기
운전하면서 책읽기 노마디즘을 마쳤다. 5개월 정도 걸렸다. 차에서 운전할 때만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 천만한 짓을?" 하고 묻겠지만 생각보다 아주 안전하다. 게다가 유익하다. 방법은 이렇다. 출근하기 위해 차에 오를 때 책을 펴고 연필을 읽던 페이지에 끼워 놓는다. 차를 몰고 가다가 빨간 신호등에 걸리면 재빠르게 펼쳐서 밑줄을 그으며 몇 줄 읽는다. 보통 3분에서 5분의 시간이다. 다시 녹색불이 들어오면 책에서 손을 떼고 운전대를 잡고 출발한다. 그리고 읽었던 구절을 암송하듯 머리속에서 굴려보는 것이다. 다시 빨간불을 만날 때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암송하듯 천천히 웅얼거린다. 그러다 신호가 걸리면 다시 연필을 끼워놓은 페이지를 펼치고 반복. 간혹 책 읽는데 빠져 출발이 늦을 때는 뒤에서 빵빵거리기도 한다. 그러면 .. 더보기
수다쟁이가 되어야 하는 이유 다들 말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말이 적어서 문제이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침을 꼴깍 삼키고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수다쟁이가 되기 위해서. 말의 종류 중에 수행문(遂行文)이라는 것이 있다. ...화행(話行) 이론에 의하면, "당신은 체포되었습니다" 나 "나는 이 배에 명명하노라" 혹은 "약속하겠어" 따위의 서술문들은 모두 수행문(遂行文)이다. 발화자가 어떤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그 말을 입 밖에 내서 말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런 행위의 경우, 앞으로 어떤 말이 발해질지에 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결혼식 하객들은 누구나 "이제 이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실제로 목사가 그런 말을 할 때까지.. 더보기